95점은 어디서 준 95점인가 — 점수를 매기는 곳과 자격을 주는 곳
파커는 100점, 잰시스는 20점을 쓴다. 같은 와인에 다른 숫자가 붙는 이유가 있다.
상세페이지에 '95점'이라고 적혀 있다. 어디서 준 95점인지는 대개 안 적혀 있다. 첫잔 디렉토리의 평론·미디어 서른네 곳을 놓고, 누가 점수를 매기고 누가 자격을 주는지 갈랐다.
■ 만점부터 다르다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100점 만점이다. 이 체계를 업계 표준으로 만든 것이 로버트 파커의 와인 애드보킷이고, 대중화한 것이 와인 스펙테이터다. 지금은 제임스 서클링, 와인 엔수지애스트, 비너스도 100점을 쓴다.
그런데 잰시스 로빈슨은 20점을 쓴다. 마스터 오브 와인인 그가 운영하는 유료 평론 사이트인데, 점수 인플레이션에 비판적인 편이라 다른 매체보다 박한 점수가 나온다. 100점 체계에 익숙한 눈으로 보면 낮아 보이지만 척도 자체가 다르다.
디캔터는 또 다르다. 점수 대신 메달을 준다. 1975년 창간한 이 영국 매거진이 주관하는 DWWA는 세계 최대 규모 와인 품평회로, 해마다 수만 종을 블라인드로 심사한다. 국내 매대의 금·은 스티커가 대개 여기서 온 것이다.
■ 어느 점수가 값을 움직이나
점수의 무게는 매체마다 다르고, 시장마다 다르다.
보르도는 파커다. 파커 본인은 은퇴했고 매체는 미쉐린 그룹 산하로 넘어갔지만, 엔 프리뫼르 시즌에 발표하는 배럴 테이스팅 점수는 지금도 선물 가격을 직접 움직인다.
미국 대중 시장은 와인 스펙테이터다. 연말 '톱 100'에 오른 와인은 발표 직후 국내에서도 품절되는 일이 잦다. 수입사에는 사실상 판매 예보다.
아시아는 제임스 서클링이다. 와인 스펙테이터 유럽 지국장 출신이 독립해 만든 매체인데, 홍콩에 거점을 두고 중화권 유통에서 인용 빈도가 가장 높다. 다만 점수가 후한 편이라는 평이 있어 교차 확인이 권장된다.
위스키는 위스키 애드보킷의 연말 '톱 20'이다. 선정작의 미국 내 유통가가 즉시 오르는 패턴이 반복된다. 버번과 아메리칸 위스키 커버리지가 두터워 스카치 중심 매체와 서로 보완한다. 위스키 매거진이 주관하는 World Whiskies Awards 수상 이력은 국내 상세페이지와 매대 POP에 가장 널리 쓰이는 인증 중 하나다.
■ 파는 곳이 매기는 점수, 안 파는 곳이 매기는 점수
여기가 중요하다. 와인 엔수지애스트는 평론지이면서 와인 셀러와 글라스웨어를 함께 판다. 초고가보다 20~50달러대 실구매 가격대 리뷰가 압도적으로 많아 대중 라인업을 고를 때 실용적이고, 'Best Buy' 태그가 가성비 판단 기준으로 쓰인다. 다만 구조는 알고 봐야 한다.
반대쪽에 위스키펀이 있다. 세르주 발렌틴이 2002년부터 거의 매일 갱신해 온 개인 테이스팅 사이트다. 상업적 이해관계가 없어 평가가 신랄하고, 인디펜던트 보틀링 하나하나에 점수와 노트가 붙어 있다. 특정 증류소와 연도를 조합해 검색하면 대체로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깊다.
비너스는 또 다른 자리다. 파커 사단 출신 안토니오 갈로니가 독립해 만들었고, 이탈리아 바롤로·브루넬로와 부르고뉴 커버리지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직접 만든 포도밭 지형 맵은 다른 곳에 없다.
■ 점수가 아니라 자격을 주는 곳
서른네 곳 가운데 상당수는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사람을 인증한다.
WSET은 와인·증류주·사케를 레벨 1~4로 가르친다. 국내 아카데미도 대부분 이 과정을 따르고, 업계 이력서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자격이다. 시험 요강에 각 산지에서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가 정리돼 있어 혼자 공부할 때 범위를 잡기 좋다.
그 위에 둘이 있다. 마스터 오브 와인은 전 세계에 500명 남짓뿐이다. 이 단체는 회원들이 쓴 연구 논문을 공개해 두는데, 산지와 양조와 유통을 깊게 판 자료라 다른 데서 보기 어렵다. 마스터 소믈리에는 1969년 설립된 코트 오브 마스터 소믈리에가 주관하며, 블라인드 테이스팅과 서비스 실기를 포함해 합격률이 극히 낮기로 유명하다. 다큐멘터리 '솜'으로 대중에게도 알려졌다.
술 밖에도 같은 구조가 있다. 커피는 스페셜티커피협회가 컵 점수 80점을 스페셜티의 기준선으로 정했고, 물 기준과 추출 비율, 향미 표현 휠 같은 규격을 낸다. 생두에 붙는 점수는 대개 커피품질연구소의 Q그레이더 자격을 가진 사람이 매긴 것이다. 맥주에는 시서론이 있다. 사케는 사케 소믈리에 협회가 영어권 기준으로 가르친다.
■ 그래서 95점을 어떻게 읽나
세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어디서 준 점수인가, 그 매체의 만점은 몇 점인가, 그 매체가 그 술을 팔기도 하는가.
잰시스 로빈슨의 17점은 100점 환산으로 90점대 중반이고, 서클링의 95점은 다른 매체의 92점쯤일 수 있다. 숫자만 옮겨 적으면 이 차이가 사라진다. 국내 상세페이지에 출처 없이 점수만 적혀 있다면, 그 점수는 아직 정보가 아니다.
팩트 체크
- 100점 체계
- 와인 애드보킷(창시) · 와인 스펙테이터(대중화) · 서클링 · 와인 엔수지애스트 · 비너스
- 20점 체계
- 잰시스 로빈슨 — 점수 인플레이션에 비판적, 박한 편
- 메달 체계
- 디캔터 DWWA — 세계 최대 규모, 연 수만 종 블라인드 심사
- 보르도 선물가
- 파커 엔 프리뫼르 배럴 테이스팅 점수
- 미국 대중
- 와인 스펙테이터 '톱 100'
- 아시아
- 제임스 서클링 — 홍콩 거점, 후한 편이라는 평
- 위스키
- 위스키 애드보킷 '톱 20' · 위스키 매거진 WWA
- 이해관계 없음
- 위스키펀 — 2002년부터 개인 운영
- 커머스 겸업
- 와인 엔수지애스트 — 셀러·글라스웨어 판매
- 자격
- WSET 레벨 1~4 · MW(전 세계 500명 남짓) · 마스터 소믈리에(1969년) · SCA 80점 · Q그레이더 · 시서론
국내 관점
국내 상세페이지에서 가장 흔한 형태가 '평점 95점'이다. 어디서 준 점수인지가 빠져 있으면 그 숫자로는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다. 만점이 20점인 매체와 100점인 매체가 섞여 있고, 후한 매체와 박한 매체가 섞여 있으며, 그 술을 파는 곳이 준 점수도 섞여 있다. 살 때 확인할 것은 점수가 아니라 출처다. 첫잔이 기사에 점수를 쓸 때 매체 이름을 반드시 붙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처 · 원문
Robert Parker Wine Advocaterobertparker.comWine Spectatorwinespectator.comJancis Robinsonjancisrobinson.comDecanterdecanter.comJames Sucklingjamessuckling.comVinousvinous.comWine Enthusiastwineenthusiast.comWhisky Advocatewhiskyadvocate.comWhiskyfunwhiskyfun.comWSETwsetglobal.comInstitute of Masters of Winemastersofwine.orgCourt of Master Sommelierscourtofmastersommeliers.orgSCAsca.coffeeCoffee Quality Institutecoffeeinstitute.org이 기사는 원문을 번역·복제한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확인해 한국어로 새로 쓴 요약과 해설입니다. 전문은 위 원문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Wine Spectator
100점 스코어와 'Top 100' 연말 리스트로 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매체.
Jancis Robinson
20점 스케일 평가로 유명한 MW 평론가의 유료 아카이브. 퍼비스 데이터가 방대하다.
Decanter
영국 대표 와인 매거진. DWWA 어워드와 빈티지 리포트가 핵심 콘텐츠.
James Suckling
아시아 시장 영향력이 큰 평론가. 홍콩·중국 시세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Vinous
안토니오 갈로니 주도. 이탈리아·부르고뉴 커버리지와 빈티지 맵이 강점.
Wine Enthusiast
평론과 커머스를 함께 운영. 대중적 가격대 리뷰 커버리지가 넓다.
Whisky Advocate
위스키 분야 최대 평론 매체. 'Top 20' 연말 선정이 미국 시세에 반영된다.
Whiskyfun
세르주 발렌틴의 장수 테이스팅 아카이브. 개별 보틀링 노트 밀도가 압도적이다.
WSET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주류 교육·자격 과정.
Court of Master Sommeliers
소믈리에 최고 자격인 마스터 소믈리에를 주관한다.
SCA
스페셜티커피협회. 커피 등급과 추출 기준의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