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매가 싸 보였다 — 수수료와 세금을 얹자 일곱 병 모두 뒤집혔다
낙찰가만 놓고 보면 국내 소매가가 32~118% 비싸다. 그런데 낙찰가는 사는 사람이 내는 돈이 아니다.
영국 경매에서 위스키가 싸게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자주 돈다.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 봤다. 스카치위스키옥션의 181회 경매(7월 12일 종료) 낙찰 결과 1,186개와, 국내 스마트오더 앱 데일리샷에 올라온 21,355개를 놓고 같은 병끼리 맞췄다. 환율은 9월 4일 기준 파운드당 1,834원을 썼다.
맞추는 일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경매 목록에는 같은 증류소의 같은 연수라도 정규 제품과 한정판이 뒤섞여 있다. '보모어 15년'만 해도 정규 제품 옆에 페시 일러 축제 한정판과 애스턴 마틴 에디션 1리터가 함께 올라온다. 국내 쪽도 마찬가지여서, 독립병입 싱글 캐스크와 200밀리리터 병이 같은 이름으로 검색된다. 그래서 증류소 이름과 숙성 연수를 떼어 낸 나머지가 비어 있거나 정규 곁이름(더블우드·포트우드 같은)과 정확히 같은 것만 남겼다. 그러고 나니 양쪽에 모두 있는 병이 일곱 종으로 줄었다.
낙찰가만 보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부나하벤 12년은 영국 경매에서 35파운드, 6만 4천 원에 떨어졌다. 같은 병이 데일리샷에서는 8만 5천 원이다. 아드벡 10년도 6만 4천 원 대 9만 원, 보모어 25년은 34만 8천 원 대 64만 7천 원이다. 일곱 병 전부 국내가 비쌌고, 차이는 32%에서 118%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낙찰가는 사는 사람이 내는 돈이 아니다.
먼저 구매 수수료가 붙는다. 스카치위스키옥션은 자기 구매 안내에 '낙찰가에 더해 15%의 수수료를 낸다'고 적어 두었다. 35파운드에 떨어진 병의 결제액은 40.25파운드, 7만 4천 원이 된다.
그다음이 세금이다. 한국에 들어오는 술에는 네 가지가 순서대로 붙고, 앞 단계가 다음 단계의 바탕이 된다. 관세가 먼저고(위스키 20%), 관세를 더한 값에 주세 72%가 붙는다. 주세율 72%는 주세법 제22조가 정한 증류주류 세율이다. 여기에 교육세가 주세액의 30%로 얹히고, 마지막으로 이 모두를 더한 값에 부가가치세 10%가 붙는다.
포개지는 구조라 최종 배수가 크다. 관세를 20%로 잡으면 2.56배, 한영 FTA로 원산지가 증명돼 관세가 0%가 되어도 2.13배다. 아래 계산은 사는 사람에게 유리한 쪽인 0%를 썼다. 배송비도 뺐다. 경매장이 낙찰 뒤에 따로 견적을 주기 때문에 미리 알 수 없어서인데, 그만큼 아래 숫자는 실제로 드는 돈의 바닥이다.
그렇게 계산하면 일곱 병이 전부 뒤집힌다.
부나하벤 12년은 수수료까지 7만 4천 원, 세금까지 얹으면 15만 7천 원이다. 국내 소매가 8만 5천 원의 거의 두 배다. 발베니 12년 더블우드는 18만 원 대 9만 9,900원, 아드벡 10년은 15만 7천 원 대 9만 원, 보모어 18년은 29만 2천 원 대 17만 6천 원이다. 값이 큰 쪽도 마찬가지여서 발베니 포트우드 21년은 71만 8천 원 대 50만 9천 원, 보모어 25년은 85만 3천 원 대 64만 7천 원이다. 차이가 가장 좁은 보모어 15년조차 18만 원 대 15만 9,900원으로 국내가 11% 싸다.
정리하면 이렇다. 낙찰가만 보면 국내가 32~118% 비싸 보이지만, 실제로 사서 들여오는 값으로 바꾸면 국내가 11~46% 싸다. 그것도 관세를 0%로 잡고 배송비를 뺀, 가장 후한 가정에서 그렇다.
예외가 하나 있다. 여행자 휴대품 면세 범위 안이라면 세금이 붙지 않는다. 관세청 기준으로 주류는 2병 이하, 전체 2리터 이하, 400달러 이하까지다. 이 경우에는 수수료만 붙으므로 부나하벤 12년이 7만 4천 원, 국내보다 13% 싸다. 보모어 25년이라면 40만 1천 원 대 64만 7천 원으로 38%까지 벌어진다. 다만 경매장은 낙찰품을 부쳐 주는 곳이라, 이 방법을 쓰려면 스코틀랜드에 가서 직접 찾아 와야 한다. 왕복 항공권을 함께 놓고 계산할 일이다.
한계도 적어 둔다. 한 회차의 결과다. 경매는 회차마다 나오는 물건과 값이 달라서, 다음 회차에는 다른 숫자가 나올 수 있다. 보모어 25년만 해도 같은 회차 안에서 190파운드부터 650파운드까지 떨어졌다. 한 병이 우연히 비싸게 팔린 것을 시세로 삼지 않으려고 중앙값을 썼다. 국내 값도 스마트오더 앱의 그날 표시가라 매장과 쿠폰에 따라 달라진다.
팩트 체크
- 비교한 병
- 정규 제품 7종 (경매·국내 양쪽에 있는 것)
- 경매
- 스카치위스키옥션 181회, 낙찰 랏 1,186개
- 국내 소매
- 데일리샷 21,355개, 9월 4일 기준
- 환율
- £1 = 1,834원 (9월 4일)
- 구매 수수료
- 낙찰가의 15%
- 세금
- 관세 20%(FTA 시 0%) → 주세 72% → 교육세 주세의 30% → 부가세 10%
- 결과
- 세금까지 얹으면 7종 모두 국내가 11~46% 싸다
국내 관점
'해외 경매가 싸다'는 말은 대개 낙찰가만 보고 나온다. 그 값에서 실제로 지갑에서 나가는 돈까지 가는 길에 수수료 15%와 최소 2.13배의 세금이 있다는 사실은 잘 붙어 다니지 않는다. 국내 소매가가 비싸 보이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유통이 아니라 세금 구조에 있고, 그 구조는 직접 들여올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오히려 수입사는 물량으로 원가를 낮추고 통관을 한 번에 처리하는 만큼, 병 하나를 개인이 들여오는 것보다 유리한 자리에 있다.
출처 · 원문
Scotch Whisky Auctions — The 181st Auctionscotchwhiskyauctions.comScotch Whisky Auctions — Buying from usscotchwhiskyauctions.com국가법령정보센터 — 주세법law.go.kr관세청 — 여행자 휴대품 통관customs.go.kr데일리샷dailyshot.co이 기사는 원문을 번역·복제한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확인해 한국어로 새로 쓴 요약과 해설입니다. 전문은 위 원문 링크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