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와인은 가성비라는 말 — 남쪽 550km에서 뒤집는 중
에라수리스 수석 와인메이커를 20년 한 사람이 독립했다. 조부모가 정착한 서늘한 남부로 갔다.

칠레 와인은 오래 '가성비의 대명사'였다. 합리적인 값에 결함 없는 일관된 맛. 이 장점이 역설적으로 칠레가 프리미엄 산지로 도약하는 데 족쇄가 됐다는 것이 소믈리에타임즈 김욱성 칼럼니스트의 진단이다. 그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와이너리로 그는 비노스 배티그(Vinos Baettig)를 든다.
설립자 프란시스코 배티그는 칠레 명문 에라수리스에서 20년간 수석 와인메이커로 일하며 에두아르도 차드윅의 아이콘 와인들을 만든 인물이다. 2010년 그는 에라수리스 영업이사였던 카를로스 데 카를로스와 손잡고 독립했다.
두 사람이 향한 곳은 편안한 중부 계곡이 아니라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550km 떨어진 트라이겐(Traiguén)이었다. 19세기 초 스위스에서 이주한 배티그의 조부모가 정착했던 곳이자, 일조량이 칠레 중부보다 30% 적고 연간 강수량이 1,000mm를 넘는 서늘한 기후다. 2013년 화산재·점토 토양에 첫 나무를 심었고,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7월에야 첫 빈티지(2018·2019)를 내놨다.
양조는 미니멀리즘으로 요약된다. 칠레에 흔한 마살 셀렉션 대신 프랑스 클론을 심었고, 남부의 풍부한 비에 의존하는 건지 농법으로 뿌리를 깊게 내리게 했다. 제초제·효소·배양 효모를 배제하고 야생 효모만 쓰며, 샤르도네는 줄기째 압착해 대형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하고 아황산염도 최소화한다. 결과는 과숙한 열대 과일과 높은 도수에서 벗어난, 산도가 팽팽한 부르고뉴 스타일의 와인이다.
배티그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위해 마울레 지역 카우케네스로도 눈을 돌렸다. 1971년에 심은 늙은 파이스(País)에 접붙인 카베르네 밭을 시세의 6배가 넘는 값에 사들였다.
국내 관점
국내에서 칠레 와인은 대형마트 매대의 3만 원 이하 자리에 묶여 있다. 배티그는 같은 나라 안에서도 더 서늘한 남부로 내려가면 고급 와인이 나온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기후변화로 칠레의 와인 지도가 남쪽으로 확장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출처 ·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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