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마신다고 늘지 않았다 — 와인 지식을 가른 것은 '체계적으로 배웠는가'였다
525명을 조사한 연구 결과다. 마시는 양은 배움의 속도를 바꾸지 못했다.

와인을 많이 맛보면 자연히 감식안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이것을 확인해 본 연구가 나왔는데, 결과는 그 통념과 달랐다.
독일 자를란트대학교의 지능 연구자 막시밀리안 크롤로가 에든버러대학교의 베이츠 교수와 함께 525명을 조사했다. 참가자들은 먼저 ICAR이라는 지능 평가 도구로 언어 추론, 행렬 추론, 공간 지각, 숫자·문자 배열 추론을 측정받았다. 그다음 WSET 레벨 2 수준의 객관식 68문항으로 와인 지식을 쟀다. 와인 업계 종사자인지 아닌지도 따로 조사해 직업적 필요에 따른 학습과 순수한 관심을 갈랐다.
■ 왜 하필 와인이었나
연구 대상으로 와인을 고른 이유가 흥미롭다. 크롤로는 학교와 직장에서는 학습이 의무이거나 보상이 따르고, 두 환경 모두 사회경제적 배경과 얽혀 있어 지능이 학습을 밀어 준 것인지 학습하기 좋은 자리에 있었던 것인지 가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포도 재배와 양조, 와인 스타일에 관한 지식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고 반드시 알아야 하는 직업도 많지 않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와인 지식은 급여나 경력상의 이점을 주지 않는다'면서도, 폭넓게 알려면 품종과 산지, 생산 방식, 스타일을 이해해야 해서 상당한 지적 노력이 든다고 했다. 시키지 않는데도 스스로 파고드는 사람이 충분히 많은 분야라는 점이 연구에 맞았다.
■ 두 가지 결과
연구는 학술지 'Intelligence & Cognitive Abilities'에 실렸다.
첫째, 지능은 와인 지식을 유의미하게 예측했다. 업계 경력과 실제 소비량을 통제한 뒤에도 그랬다. 밖에서 학습을 요구하지도 않고 즉각적인 보상도 없는 분야에서, 지능검사 점수가 높은 사람이 더 깊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었다는 뜻이다.
둘째가 연구진이 더 주목한 대목이다. 많이 마시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크롤로는 '와인만큼 경험 자체가 낭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야도 드물다'며 '충분히 많이 맛보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감식안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있지만 우리 자료는 다른 결과를 보여 준다'고 했다.
즐겨 마시는 사람이 실제로 더 많이 알기는 했다. 그런데 마시는 행위 자체가 경험에서 얼마나 배우는지를 바꾸지는 못했다. 갈랐던 것은 구조화된 학습이었다.
■ 왜 업계 사람이 빨리 느는가
연구는 그 조건을 이렇게 설명한다. 와인 업계에서는 같거나 비슷한 와인을 반복해서 접하고, 그것을 분류하고 평가하며, 평가에 대한 피드백과 교정을 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지적 능력이 추가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반복, 분류, 피드백, 교정이 갖춰진 자리가 그렇지 않은 자리와 다르다.
크롤로는 와인 지식을 전하는 쪽에도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소매점과 외식업체, 포도원과 와이너리, 교육기관 모두에게 해당한다는 것이다. '와인 테이스팅도 여러 병을 차례로 소개하는 방식보다 체계적으로 구성됐을 때 학습 효과가 더 오래 간다'고 그는 말했다.
연구진은 클래식 음악이나 조류 관찰처럼 스스로 파고들어 깊은 지식을 쌓는 다른 분야에서도 같은 연구를 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팩트 체크
- 연구
- 자를란트대 막시밀리안 크롤로 · 에든버러대 베이츠 교수
- 표본
- 525명
- 측정
- ICAR 지능검사 + WSET 레벨 2 수준 객관식 68문항
- 결과 ①
- 업계 경력·소비량을 통제해도 지능이 와인 지식을 예측
- 결과 ②
- 마시는 양은 배움의 정도를 바꾸지 못했다 — 갈랐던 것은 구조화된 학습
- 실린 곳
- Intelligence & Cognitive Abilities
국내 관점
국내 와인·위스키 모임에서도 '많이 마셔 봐야 안다'는 말이 자주 오간다. 이 연구는 그 말의 절반만 맞다고 본다. 여러 병을 차례로 여는 시음회보다, 같은 계열을 나란히 놓고 견주며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말로 옮기고 그 판단이 맞았는지 확인받는 자리가 남는 것이 많다는 뜻이다. 블라인드로 맞혀 보고 정답을 확인하는 방식이 지루해 보여도 실제로는 더 빨리 늘게 한다.
출처 · 원문
소믈리에타임즈sommeliertimes.com이 기사는 원문을 번역·복제한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확인해 한국어로 새로 쓴 요약과 해설입니다. 전문은 위 원문 링크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