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이 와도 한두 병" — 대학가 술집이 밥집이 되어 간다
신촌과 대학로 상인들의 말이 같았다. 2·3차가 사라지고 밤 9시면 거리가 조용해진다. 학생들은 술 대신 러닝과 맛집을 든다.

개강 주간이던 9월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는 평일 저녁을 앞두고 한산했다. 뉴시스가 신촌과 대학로 상인, 학생들을 만나 들은 이야기는 한 방향으로 모였다.
20년째 신촌에서 고깃집을 하는 채모씨는 '예전에는 소맥을 말아 원샷하는 모습도 흔했는데 몇 년 전부터는 보기 힘들어졌다'며 '예전에는 새벽 3~4시까지 손님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밤 9시만 지나도 거리가 조용하다'고 말했다.
단체 손님이 줄었고, 와도 마시는 양이 다르다. 20년 가까이 민속주점을 운영해 온 장모씨는 '단체 손님도 하루에 많아야 한두 팀 정도'라며 '7명이 와도 술 한두 병만 마시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술자리의 무게중심 자체가 옮겨 갔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29년째 신촌에서 주점을 해 온 신모(58)씨의 말이 그 변화를 가장 또렷하게 짚는다. '예전에는 술이 중심이고 안주는 술을 마시기 위해 먹는 것이었다면, 요즘에는 음식과 대화가 중심이고 술은 곁들이는 정도가 됐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술장사를 하는 건지 밥장사를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라고 덧붙였다.
대학로도 다르지 않았다. 10년째 식당을 하는 김모(43)씨는 '요즘 학생들은 술을 마시러 오기보다 공연을 본 뒤 식사를 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설명은 상인들의 관찰과 맞물린다. 학생회 경험이 있는 오승민(23)씨는 '예전에는 3~4차까지 가면서 부어라 마셔라 했다면 요즘에는 적당히 놀고 많이 가야 2차 정도'라며 '러닝처럼 함께 운동하거나 두세 명씩 맛집을 찾아다니는 등 술 말고도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 다양해졌다'고 했다.
경희대 미디어학과 부학생회장 김민서씨는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학생들도 분명히 늘었고, 술을 강권하지 않는 분위기도 많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줄어든 술은 매출로 곧장 이어졌다. 장씨는 '인건비와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소비가 줄어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국내 관점
같은 주에 나온 오픈서베이 조사에서 25~29세 남성의 음용률이 9.8%포인트 빠졌다. 이 기사는 그 숫자가 골목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담은 쪽이다. 눈여겨볼 것은 술을 끊은 것이 아니라 술의 자리가 바뀌었다는 증언이다. 밥과 대화가 가운데로 오고 술이 곁으로 밀렸다. 그렇다면 팔릴 술도 달라진다. 많이 마시게 하는 술이 아니라 한 잔이 좋아야 하는 술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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